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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성행위 등 음란성 극심…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사실상 상영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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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으로, 당시 칸에서도 과도한 성적 묘사로 화제가 된 영화 ‘숏버스(Shortbus)’가 결국 국내 심의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제한상영가는 사실상 상영불가 판정과 마찬가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제한상영관으로 등록한 극장에서만 상영할 수 있는데, 현재 국내에는 광주에서만 한군데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제한상영가 결정 사유에 대해 “성적 쾌락 지상주의의 추구, 집단성교, 혼음, 남녀자위, 도구이용 사디즘, 정액분출, 동성애, 항문성교, 가림 처리를 통한 남녀 성기 노출의 은폐 등 음란성이 극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영화 수입사인 스펀지의 조성규 대표는 “영화 원본 그대로는 극장에서 상영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후 존 캐머런 미첼 감독이 일본, 대만, 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위해 직접 29개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해 18세 이상 관람가로 나올 줄 알았다”며 “일본, 대만은 심의를 다 통과해 일반 극장에서 상영되는데 한국만 이런 결과가 나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또 “어느 나라나 사회적 규정이나 규범 안에서 영화의 등급을 나누는 것은 필요하지만 아예 상영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며 “영화의 한국개봉과 관련해 존 캐머런 미첼 감독이 보내온 편지와 전 세계에서 이 영화가 어떻게 상영됐는가를 첨부해 재심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 캐머런 미첼은 2001년 공개돼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한 컬트영화 ‘헤드윅’을 연출하고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한 감독 겸 배우다. 또 그에 앞서 동명 뮤지컬의 대본을 썼고, 뮤지컬이 1998년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할 때 주인공 헤드윅 역으로 무대에 직접 섰다. 미첼 감독은 5월 2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과 30일 부산에서 열리는 ‘헤드윅콘서트’를 위해 다음달 내한한다.

미첼 감독 내달 ‘헤드윅콘서트’ 내한

‘숏버스’는 그가 ‘헤드윅’에 이어 영화로는 두 번째로 연출한 작품이다. ‘숏버스’는 ‘하자 있는 떨거지들’을 의미하는 은어이자 실제 미국 뉴욕에 있는 언더그라운드 동성애 섹스살롱 이름이다. 영화에서 숏버스는 섹스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는 뉴요커들이 각자의 고민을 터놓고 나누면서 동성애, 사디즘과 마조히즘(SM), 혼음 등을 하는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묘사된다. 일종의 성적 해방구다. 웨이터들은 쟁반에 콘돔과 오일을 담아 사람들 사이를 누비며 제공한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실제 성행위를 한다.

영화는 고객의 성문제를 상담해주는 전문가이지만 정작 자신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소피아와 게이 커플인 제이미와 제임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의 첫 장면은 한 남자가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자신의 성기를 캠코더로 직접 촬영한데 이어 기묘한 요가자세로 자신의 성기를 입에 넣는 과정을 찍는 모습이다. 자위행위를 끝낸 후 그는 허탈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린다. 그의 이름은 제임스. 제이미와 한집에 사는 동성애자다. 제임스는 자살을 위한 영화를 셀프촬영 중이다. 자신의 자살이 제이미의 탓이 아님을 알리기 위해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죽기 전 제이미에게 다른 사랑을 찾아주려고 한다.

다음 장면은 두 남녀가 피아노 위, 침대 위 등 온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격렬한 섹스를 하는 모습이다. 성 상담 전문가인 소피아와 그녀의 남편 롭이다. 섹스 후 소피아는 롭에게 “방금 전 섹스가 환상적이었다”며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말 안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이 말을 하는 소피아야말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롭 또한 소피아가 느끼지 못함을 알고 있고, 이로 인해 성적 열등감에 휩싸여 있다.

이 영화에는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돈을 받고 채찍 등의 도구를 이용해 남자를 성적 흥분에 이르게 하는 일로 살아가는 SM(사디즘, 마조히즘) 플레이어 여성 그리고 옆집에 살면서 제이미와 제임스 커플을 지켜보는 남자다. 그 남자는 제임스를 짝사랑한다.

동성애 섹스살롱 ‘숏버스’가 무대

어느 날 고객으로 찾아온 제이미와 제임스는 소피아에게 자신들의 문제를 상의한다. 그 자리에서 소피아는 되려 정작 자신이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제이미와 제임스는 자신들이 자주 찾는 숏버스로 그녀를 안내한다. 그곳에서는 벌거벗은 수많은 남녀가 한데 뒤엉켜 성에 탐닉한다. 게이와 레즈비언이 뒤섞이고 한 사람에게 두 사람이, 또는 세 사람이 서로 애무하며 행위에 몰입한다. 그들은 소피아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소피아의 섹스 상대가 남편 롭뿐이라고 하자 “맙소사” “곰팡이가 필 만 하네”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들은 모두 오직 성행위를 통해 쾌락의 극치를 좇는 데만 급급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엄청난 성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타인과의 소통’이다. 영화평론가 황진미씨는 “그들이 동성애자냐, 이성애자냐, 에스에머(SMer: 가학적·피학적 성행위를 즐기는 사람)이냐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어떤 성적 취향을 갖든 그들이 진심으로 추구하는 ‘상대와의 합일감과 평화’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분석했다. SM 플레이어 역시 고민을 갖고 있다. 그녀는 연애를 할 줄 모른다. 연애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한다. 또 집 갖는 것과 고양이 기르는 것이 소원이다. 그러나 뉴욕의 집값이 너무 비싸서 고민이다. 그녀는 어떤 외설적인 대화보다도 자신의 진짜 이름을 밝히는 것을 힘들어한다. 제임스는 한때 자신이 거리의 남자였던 사실에 비애감을 느낀다.

소피아는 남편 롭과 함께 다시 숏버스를 찾는다. 그곳에서 소피아는 자신의 팬티 속에 원격 자위기구를 넣은 후 롭에게 따로 돌아다니다가 위험하거나 욕구가 치밀거나 궁금해지면 누르라며 리모컨을 쥐여준다. 그녀는 자위기구가 진동할 때마다 남편을 떠올리지만 롭이 리모컨을 함부로 둬 엉뚱한 곳에서 굴러다닌다는 사실을 알고는 불같이 화를 낸다. 급기야 롭을 향해 “대머리 고자 사기꾼아”라고 고함친다. 그녀가 분노한 이유는 롭과 자신 사이에 어떤 교감도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이상용씨는 “이 영화에는 성기 삽입장면이 묘사되지만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장면들은 인물 사이의 교감하는 순간”이라며 “이 시대의 살롱인 숏버스는 자본화되고 권태로워진 섹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교육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평했다.

영화 ‘숏버스’는 끊임없이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지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철학적 질문 때문인지, 좀처럼 에로틱한 느낌은 주지 않는다. 오히려 코믹하기도 하고 처연하기도 하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굉장히 유쾌하고 발칙하며 슬픈 영화”라며 “이 영화에 감독이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은 아시아 관객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또 “제한상영가 등급을 굳이 두려면 최소한의 상영채널은 마련해놓아야 하는데 지금은 광주지역 한군데밖에 없으니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를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하게만 해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도 “영화는 물리적 차원보다는 미학적 차원을 고려해야 한다”며 “‘숏버스’의 경우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술영화전용관 등 소극장을 통해 영화마니아들이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고 말했다. 반면 인하대 영화과 조희문 교수는 “표현수위가 문제이지 예술영화라는 경계는 주관적이므로 그런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며 “등급분류의 기준을 존중해야 하고 심의 결과가 억울하다고 판단하면 재심을 요청하면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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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애처일기’도 제한

올해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는 ‘숏버스’ 외에 일본영화 ‘애처일기’와 ‘애처일기-향연’ 등 모두 세 편. ‘애처일기’와 ‘애처일기-향연’은 함께 수입된 ‘애처일기’ 시리즈 여섯 편 중 두 편이다. 이 중 ‘애처일기-향연’은 최근 수입사인 미디어소프트 측이 문제가 된 14분가량을 자진 삭제한 50분 분량으로 다시 등급분류 심의를 넣어 최종적으로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애처일기-향연’은 부부관계가 원만치 못한 중년 남자가 학창시절 윤리교사였던 아내와 맺은 성관계를 회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처일기’는 중매결혼한 지 3년째인 젊은 부부가 사디즘, 마조히즘 등을 통해 성적 쾌락에 눈뜨는 내용이다. 미디어소프트 김용범 대표는 “‘애처일기’ 역시 일부 장면을 삭제한 후 다시 재심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둘러싼 위헌심판이 계류 중이다. 2005년 11월 멕시코영화 ‘천국의 전쟁’이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자 수입사인 월드시네마가 판정 기준이 명확치 않다며 지난해 5월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서울행정법원이 ‘제한상영가’ 조항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헌재에 위험심판을 제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의 실수로 제청 결정 서류를 반년이나 늦게 헌재로 넘기는 바람에 아직까지 위헌 여부를 가리는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만약 헌재에서 ‘제한상영가’ 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오면 이 조항은 폐지하거나 수정해야 한다. 2005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인 ‘천국의 전쟁’은 한 중년의 운전수가 돈 때문에 유괴한 아이가 죽은 후 쾌락을 위해 몸을 파는 어린 소녀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내용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심의 당시 ‘천국의 전쟁’에 대해 “성기 등이 노출되고 성관계 장면이 여과 없이 묘사되는 등 전례 없이 노골적인 표현”이라며 제한상영가 등급을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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