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의 성’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핑크 팰리스’의
한 장면. <사진제공 핑크팰리스 제작팀>
‘장애인의 성’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핑크 팰리스’가 1년여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돼 지난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에서 내부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서동일 감독은 내부시사회에 초청된 핑크 팰리스 출연자 및 관계자 50여명에게 “성적욕구와 성생활에 있어서 비장애인과 전혀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무시되고 억눌려왔던 장애인의 성에 대해 다양한 장애인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담아냈다”고 소개했다.
서 감독은 지난해 6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월간지 ‘함께걸음’에서 마흔 살이 넘도록 한번도 섹스를 해보지 못한 뇌병변 장애인에 관한 기사를 우연히 접하고 이를 영화화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 속 주인공은 실제 이 영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핑크 팰리스는 기사 속 주인공을 비롯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성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인터뷰형식으로 약 80분간의 걸쳐 담아내고 있다. 이날 핑크 팰리스를 접한 관객의 반응은 다양했다. 대체로 장애인의 성을 다룬 첫 시도라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보인 반면, 영화 전반에 대한 아쉬운 지적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시사회에 참석한 안형진(남·26·뇌병변장애1급)씨는 “장애인의 성을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장애인의 성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결여된 것 같아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씨는 “영화에서 주인공인 ‘동수 아저씨’가 매춘업소로 들어가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꼭 그래야만 했나’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장애인이 연애를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에 대해 예를 들면 이동권 투쟁 장면을 보여주면서 이런 사회적 현실 등을 나타내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어서 안씨는 “여러 명을 인터뷰 형식으로 한 다큐멘터리라고는 하지만 중간부분부터 너무 한 사람에게만 집중돼 지루한 면도 좀 있었다”며 “비장애인이 무심코 봤을 때는 장애인의 성 문제를 보는 게 아니라 그저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애인 일상을 담은 다큐로 이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 성 칼럼니스트 조항주씨는 “장애인의 성에 관한 얘기를 다루는데 있어서 분명 ‘우리는 이렇게 즐거운 성생활을 하고 있다’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텐데 그것에 대한 내용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면서도 “첫 시도인 것만큼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에 아쉬움 점도 없지 않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냐”며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조씨는 “비장애인이 단지 기사 하나를 접한 것을 계기로 장애인의 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우선 가치를 두고 싶다”면서 “감독의 시도처럼 개개인이 영화로 인해 깨달음을 얻어 장애인의 성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그만큼 편견 등으로 인한 장애인의 성 문제가 많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번 영화는 관객의 부류를 다양화해 몇 차례의 시사회를 가진 뒤 수정보완을 거쳐 조만간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핑크 팰리스는 제5회 장애인영화제 사전제작지원작에 선정돼 내년 장애인영화제를 통해서도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서 감독은 “상업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영화관에서 상영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핑크 팰리스(Pink palace)’라는 제목은 호주 멜본 시에 있는 매춘업소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지난 2001년 3월에 문을 연 핑크 팰리스는 보호자의 도움 없이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휠체어용 경사로와 넓은 문, 좌식 샤워기 등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완비하고 있어 많은 장애인들이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